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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노하우

게으른 워홀러, 호주 문화와 일상에 스며든 사연

by 원더웰 2023. 10. 6.

워킹홀리데이 국가를 정할 때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조사를 빼놓을 수가 없죠. 워킹홀리데이 후기를 검색해 보는 이유기도 합니다. 해외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파악을 해야 마음의 준비를 할 테니까요. 오늘은 날씨만큼이나 보기 좋았던 호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1. 커튼의 소중함을 알다.

한국에선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호주에서는 아침 6시마다 일어나서 운동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호주 공항에 내렸던 첫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제 예상 밖으로 호주의 강렬한 해는 어디에 숨고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더라고요. 그래서 무섭다는 호주 햇볕을 체감하지 못했었어요. 우중충한 호주 날씨를 보며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죠. 그런데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예약했던 임시 숙소가 너무 좋았습니다.

 

방 3개, 화장실 2개, 부엌과 거실이 1개씩, 야외 테라스 1개 이렇게 이루어졌던 깔끔하고 넓은 5층짜리 고급 빌라 느낌의 숙소였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여행의 묘미를 더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해서 약 6일 정도는 충분히 먹고 자며 근교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7일 차가 되던 날입니다.

 

그날부터는 이상하게도 새벽 5시만 되면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래서 피곤하기 시작했어요.

 

그건 바로 호주의 천연 알람 'Sunshine' 때문이었습니다. 임시 숙소가 호텔이 아니다 보니 암막 커튼이 없었어요. 일반적인 빌라 형식의 하우스에는 암막 커튼이 설치된 곳은 거의 없고, 흰색 블라인드 설치가 된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새벽 5시부터 쨍하며 존재감을 알리던 호주의 햇살이 저의 잠을 깨운 것이죠. 며칠 일찍 잠에서 깨면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호주 햇살은 숙소의 통창을 그대로 관통하여 저를 활동하게 했었어요.

 

생각하는 것보다 호주의 햇볕이 엄청 세고 강렬해요. 숙소를 고르실 때는 커튼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도 팁이랍니다. 집을 고르실 때 그냥 얇은 블라인드에 통창인 집을 선택해 버리면 새벽마다 눈뽕 맞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2. 아침마다 유모차 밀며 조깅하는 호주 아빠들!

며칠 피곤이 누적됐을 때 새벽 6시 30분쯤 길고 긴 아침에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하다가 우연히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곳이 '호주다!' 하는 풍경을 보게 되었어요.

 

새벽부터 고글을 쓰고 조깅하는 여성들의 모습, 개인 저지와 헬멧을 착용하고 사이클링을 즐기는 부부들이 운동을 하더라고요. 특히 건장한 아빠들이 유모차를 밀면서 조깅하는 모습은 진짜 인상 깊었어요!

 

아무래도 해가 일찍 뜨고 날씨가 덥다 보니 이렇게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호주 문화가 저에겐 색다른 풍경이었네요.

 

운동을 마친 호주 사람들은 아침 7시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출근하러 가는 문화가 있어요. 그렇게 호주의 '아침 라이프'에 푹 빠지게 됐었답니다.

 

호주 대도시에 여행을 가게 되거나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게 된다면 꼭 아침 일찍 야외 운동을 다녀와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아침 6시쯤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다니기 딱 좋았어요.

 

대도시의 아침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어요. 해가 일찍 뜨고 낮에는 자외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침 운동 문화'가 발달한 곳이 바로 '호주'였습니다.

 

물론 모든 지역이 그렇지는 않겠습니다만, 따듯한 호주의 날씨 특성상 카페들도 주로 아침 6시부터 오픈해서 오후 4시면 영업을 종료하는 곳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아침에 사람들이 몰리는 카페들의 커피는 웬만하면 엄청 맛있습니다.

 

사람을 저절로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는 호주의 강한 햇빛이 저를 자연스럽게 현지 아침 문화에 적응하도록 이끌어 줬었네요. 아침 운동을 다니다 보면 커피를 일찍 마시게 되니, 저녁에 잠 못 잘 일이 없었다는 것도 팁이라면 팁입니다! 저절로 건강해지는 호주에서 아침 운동을 꼭 해보시길 강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3.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호주의 노동 환경

수평적인 업무 환경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호주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만 해봐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호주 현지 직업학교의 교육을 이수하기만 해도 '수평 문화'가 어떤 분위기인지 체감할 수 있었어요.

 

또한 나이, 사는 곳 등에 대한 개인 정보에 대해 생각 없이 묻거나 결혼 유무를 물으며 인사치레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동양인이고 한국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여러 질문을 해 오는 현지인들은 있어요. 저는 오히려 그런 게 좋았습니다.

 

제가 곧 30살이 된다고 하면 전혀 믿지 않는 호주 사람들이 제가 몇 살인지 재차 물어보는 건 있었는데요. 보통 나이를 먼저 묻지 않는 호주 사람들인데 한국인들이 워낙 동안이라 신기해서 묻게 된다고 합니다.

 

호주는 차별금지법이 매우 강하고 특히나 직장 내 성추행 등에 대해서는 여성 인권이 우리나라보다 진짜 높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전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만, 20대 초반의 여자 직원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혹시나 그때처럼 누가 너를 가르쳐 준다는 명분으로 접촉하거나 무시하면 얘기해. 알지? 호주는 여성 힘이 얼마나 강한지?" 저를 위로하고자 했던 현지인의 말 한마디에 기분 나빴던 일을 웃고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제로 호주 현지 남자들이 호주인 여자 직원들에게 무시 발언을 하거나 실수로라도 접촉하는 경우는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은 제가 바리스타로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였습니다. 한 유럽인 직원이 저를 가르쳐 준다는 명분으로 뒤에서 저를 감싸는 아주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건 엄연한 성추행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다니고 있던 호주 학교의 선생님에게 물어봤습니다. "내가 너랑 성별이 같다 하더라도 너의 몸의 일부를 터치할 수 없어. 그럼 누군가 나를 신고하게 될 거야. 걔는 호주를 정말 모르거나 인종 차별을 하는 애 같구나"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호주 현지인들은 오히려 조심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짧게나마 겪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에는 호주 현지인이 동양인을 괴롭히기보다, 이민자나 여행자들이 실수하는 것을 더 자주 봤던 것 같습니다.

 

카페의 경우에는 오후 4시면 영업을 끝내는 곳이 꽤 많았습니다. 웬만한 개인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침 6시나 7시부터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이력서를 전달했던 20개의 업장이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위에 설명했던 아침 문화가 발달한 호주 문화의 특성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라이프 사이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밤 9시까지 영업하는 체인점들도 있지만 보통 저녁 8시면 대부분의 업장은 영업을 종료합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저에게 할당됐던 8시간의 근무 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실력 있는 자에게 승진의 기회가 먼저 옵니다.

 

한국의 스타벅스나 다른 브랜드 카페들을 보면 매니저로 승진하기까지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대기업이나 공무원 사회는 또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개인 생활과 가정에 가치를 크게 두는 호주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아직은 한국의 조직 문화가 유연하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이고 주당 근무 시간도 매우 많은 게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하기 아쉬운데요. 호주는 아침 문화가 발달해서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거나 자연을 느끼게 자연스럽다는 점,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인해서 유연한 근무 환경을 체험했던 호주에서의 기억을 회고해 보았습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참 좋은 일들이 많았다는 것을 회상하게 되었네요. 사실 호주에는 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아름다웠던 기억을 많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